<무라카미 라디오>는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에세이로, 50편의 짧은 글들로 구성 책이다.
하루키가 2000년대 일본 잡지에 매주 한 편씩 1년 동안 연재한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초판이 2001년이니까 나랑 두 살 차이 나는 오래된 책이다.
이 책은 하루키의 일상적인 삶과 경험에서 자신만의 느낌과 생각을 글로 정리한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독자의 공감과 흥미를 끌어내는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50편의 글 모두가 와닿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중 일부는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좋은 글들이었다.
아무튼 책 두께도 얇고 가볍게 읽기 좋아서 자동차 글로브 박스에 넣어 다니기 좋다. (나도 그러는 중)
군대에서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책을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처음 접했었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작품은 읽고 나면 여운이 짚게 남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을 받으면서 적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소설은 인물, 스토리, 반전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다.
에세이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다.
하루키의 생각과 철학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쉽게 공감하고 즐기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여담으로 나는 달리기를 취미로 삼고 있는데 하루키도 달리기를 좋아한다.
마라톤 애호가라 불릴 정도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도 쓴 적이 있다.
P8
생각건대, 인간의 실체란 것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무엇인가의 계기로, '자, 오늘부터 달라지자!' 하고 굳게 결심하지만, 그 무엇인가가 없어져 버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마치 형상 기억 합금처럼, 혹은 거북이가 뒷걸음질 쳐서 제 구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처럼 엉거주춤 원래의 스타일로 돌아가 버린다. 결심 따위는 어차피 인생의 에너지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P108
음악이란 좋은 것이다. 음악에는 항상 이치와 윤리를 초월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와 함께 엮여진 깊고 아름다운 개인적인 정경(情景)이 있다. 이 세상에 음악이라는 것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인생은(즉 언제 백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의 인생은) 더욱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 되었을 것이다.
P127
생각건대, 사랑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는 열여섯에서 스물하나까지가 아닐까, 물론 개인적인 차이가 있으니 간단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아래라면 뭔가 유치해서 우스울 것 같고, 반대로 이십대가 되면 현실적인 것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보다 많은 나이가 되면 쓸데없는 잔꾀가 늘게 되고 말이다.
P128
나는 줄곧 소설을 써 오고 있지만 글을 쓸 때도 그런 '감정의 기억'이란 몹시 소중하다. 설령 나이를 먹어도 그런 풋풋한 시원(始原)의 풍경을 가슴속에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몸속의 난로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과 같아서 그다지 춥지 않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이유로 귀중한 연료를 모아 두기 위해서라도 젊을 때 열심히 연애를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돈도 소중하고 일도 소중하지만, 진심으로 별을 바라보거나 기타 소리에 미친 듯이 끌려들거나 하는 시기란 인생에서 극히 잠깐밖에 없으며, 그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방심해서 가스 끄는 것을 잊거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도 가끔이야 있겠지만 말이다.
P151
달리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특히 여행을 할 때이다. 낯선 외국 도시에 가면 아침에 일어나서 그 동네를 천천히 달려 본다. 그것은 정말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을 뿐만이 아니다. 조깅할 때의 스피드(시속 약 10킬로미터)는 풍경을 바라보기에 이상적이어서 차로 달리다가 보면 놓치는 것들도 다 볼 수 있고, 걸어서 구경하는 것보다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이 훨씬 더 많아진다.
-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 출판
- 까치
- 출판일
- 200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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